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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김경주 시인의 을 읽은지 오래되었다. 오래되었지만 짚어보면 순으로 두서없이 읽었으니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책에서 어떤 감흥을 받았을 때 평론을 적는 것과 산문을 적는 것은 그 방법이 다르다. 하나는 느낌을 명제화해서 어떤 의제로 만들어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그 느낌을 나누는 것이다.’라고 를 출간한 신형철 평론가는 말했다.1) 느낌은 희미하지만 근본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만큼 공유하기 어렵다. ‘느끼다’라는 동사에는 ‘서럽거나 감격스러워 울다’라는 뜻이 있다. 어쩌면 사유와 의지는 그런 느낌의 합리화이거나 체계화일지도 모른다2)고 신형철 평론가는 발문에 밝히고 있다. 느낌을 나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개인이 대상에 인지해서 가지게 되는 느낌은 개인에게는 명징한 이미지이겠지만 언어의 외피를 입..
곤충극장 #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22] 카렐 차페크의 “곤충 극장”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카렐 차페크의 “곤충 극장”은 그의 희곡 모음집으로 총 세 편의 희곡이 실려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아 마땅한 작가 카렐 차페크는 기자, 소설가, 극작가, 번역가, 수필가, 삽화가, 철학자, 동화작가, 전기 작가를 지냈다. 그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파시즘과 부조리와 비인간성을 치열하게 투쟁하는 작가로 태어났다. 파시즘이 전 세계를 뒤덮던 1936년.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 문학상 후보였던 카렐 차페크에게 정치색을 없애고 두리뭉실한 책 한 권만 써내면 그 책으로 노벨 문학상을 주겠다는 제의를 여러 번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명예보다 진짜 작가를 택했다.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그가 작품화한 객체화 대..
사람아 아, 사람아! 신영복 선생의 옥중 서한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을 읽고 선생이 쓴 저서를 하나씩 다시 리뷰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던 차에 그가 번영한 다이 허우잉 著 사람아 사람아 를 먼저 선택했다. 내가 정의하는 머스트 해브 도서란 책을 읽고 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 볼 만한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있거나 책꽂이에 꽂아 놓는 그 자체만으로도 서재를 빛내 줄 있는 양서를 뜻한다. 이 책을 머스트 해브로 꼽은 이유는 이념과 체제를 떠나 궁극적인 인간애, 휴머니즘의 본질을 되새길 수 있다는 점이다. 90년대 후반에 한 번 읽고 2천년 중반에 읽어 봤으니 책을 놓은 지 10여 년이 지났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작품 내내 조용히 가로 지르는 쑨위에와 허징푸가 둘 만의 담백한 사랑을 은연 중에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