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그림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네요. 가끔 바람이 살랑 불때 그 느낌을 느끼려 가만히 있을 때가 있습니다. 살랑 부는 바람은 기분을 좋게 해주죠. 이 책의 저자는 조카녀석이 마당 가득 퍼지는 햇빛과 산들 부는 바람을 가만히 누워 느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해요. 그때의 느낌처럼 평온한 그림이 그려진거 같네요. 살랑 바람이 부는 화분의 꽃도 움직이네요. 시인 아저씨가 좋은 꽃향기를 느끼고 있을 때 창밖에서 빵빵 소리가 났어요. 창밖을 바라보니 도로에 차가 많이 밀려 있었고 빨강 파랑 신호등이 꺼져 있었어요.
경찰관이 하늘에 떠 있는 연기를 보다가 가로등을 끈다는 것이 신호등을 끄고 말았던 거예요. 자꾸 하늘을 올려다보는 경찰관. 하늘에는 동글동글, 나풀나풀, 폭팍, 뱅글뱅글 빨간 모자 아저씨가 빨강 파랑 노랑 연기로 그림을 그려 하늘은 멋진 도화지가 되었어요. 하늘 위로 꼬리에 가느다란 연기를 매달고 지나가는 비행기, 하늘 아래를 보던 비행사는 조심하라고 말했어요.
하늘 아래에는 흔들흔들, 비틀비틀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광대가 있었답니다. 줄타기를 하는 광대의 모습을 보며 공원에 나온 아이들도 덩달아 신났어요. 그런데 광대의 모자가 떨어졌어요. 긴 풀위로 모자가 사푼 내려앉자 풀잎이 하늘하늘거리며 개구리가 팔딱 뛰어 올랐답니다. 싹뚝 꽃가지를 자르는 정원사, 꽃 속에 숨어 있던 꿀벌이 날아올랐어요. 아름다운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사가 점점 다가가는데, 파삭, 나뭇가지를 밟아 순간 벌과 나비들이 하늘 가득 날아올랐답니다. 이 책은 살랑 바람이 불어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고 의성어나 의태어를 굉장히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꽃바람, 실바람, 솔솔바람, 건들바람, 고추바람, 칼바람…. 바람은 이름도 가지가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합니다. 부드럽고 화창한 바람이 있는가 하면, 매섭고 차가운 바람도 있지요. 속에 부는 바람은 어떤 바람일까요? 시인 아저씨를 창가로 불러들이게 하고, 빨간 모자 아저씨를 노래 부르게 하고, 친구들과 노는 아이들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스러운 바람이겠지요.
은 화사한 색감으로 어린 날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화가 조미자의 작품입니다. 천방지축 소란스럽기만 한 조카녀석이 햇빛 가득한 한낮에,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소파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기획하게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과연 까불까불한 아이의 행동을 붙잡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거리의 수많은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바람’이었지요.
바람이 살랑 은 이렇듯 장난꾸러기 아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바람의 순환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가만히 둘러보게 하는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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