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 언어, 문학, 대화 속에는 날씨가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 사실 날씨는 우리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자원이자 위험이 되기도 하므로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날씨의 맛은 주로 17-18세기의 프랑스 저자들의 언어를 통해 시대 흐름에 따라 날씨가 각 문화와 사회, 역사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특히나 건강에 관한 상식과 관습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저자들의 전공과 이력이 다양하기에 글도 다채롭고 입체적이고 나열식이 아닌 서로 간의 함의를 재확인하고 통찰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일상의 날씨가 영감과 상상력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자원이 어디있겠는가. 너무 무심하게 흘러보내지 말고 날씨에도 지속적인 응시가 필요하다.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
날씨를 느끼는 사람들의 감수성은 어떻게 변화해왔나
기쁨, 슬픔, 즐거움, 혐오, 우울, 공포, 불안, 권태…
날씨와 관련된 감각과 감정의 변천사를 읽는다
스탕달은 사적인 글에서 영원히 내릴 것처럼 계속되는 질척하고 고약하고 밉살스러운 비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투덜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 에서 비가 식물에 좋다면 나에게도 좋은 것 이라며 자연과의 일체감을 주는 비를 예찬했다. 이처럼 상반된 감정을,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날씨는 문학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곤 했다. 예컨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에서는 눈부시도록 번뜩이는 ‘햇빛’이 주인공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르는 결정적인 동기로 작용하여 운명을 일변시킨다. 손창섭의〈비 오는 날〉, 현진건의〈운수 좋은 날〉, 황순원의〈소나기〉같은 한국 소설에서도 우울하고 불길하고 때로는 사랑의 두근거림을 촉발하는 ‘비’가 작품 분위기를 지배한다.
그간 날씨 연구가 주로 자연과학의 측면에서 이루어져 날씨의 생성 과정을 추적하고 그 여파를 분석하는 기상학의 발전을 이끌었다면, 이 책은 날씨를 느끼는 우리의 감각과 감수성에 초점을 맞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은 날씨를 어떻게 지각해왔는가? 비와 눈을 맞으며, 안개와 뇌우를 목도하며 개개인은 어떤 감정을 느껴왔는가? 이 의문에 답하고자 ‘감각과 감수성 역사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을 필두로 지리학·기상학·사회학·문학 등의 전문가 열 명이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발자취를 탐색했다.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날씨 관련 묘사를 분석하고, 예술사와 사회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안개, 바람 등을 느끼는 감각의 변화를 짚어내는 이 책은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우리 감수성의 흥미진진한 역사를 발견케 한다. 인간이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자연 현상으로, 우울함, 충만함, 기쁨, 공포, 불안 등을 일으키는 날씨와 관련된 감각과 감정의 변천사라 할 수 있다.
날씨는 하늘의 소관이고 신의 뜻이라 여기던 옛날부터 과학의 발전으로 날씨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된 지금까지, 날씨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날씨만큼 이데올로기적인 것은 없다 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전방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입증한다.
머리말
1 빗속에서 _알랭 코르뱅
2 햇빛, 또는 평온한 날씨의 맛 _크리스토프 그랑제
3 이야기 따라 바람 따라
_마르틴 타보 / 콩스탕스 부르투아르 / 니콜라 쇠넨발트
4 눈을 맛보다, 보다, 만지다 _알렉시 메츠제
5 안개를 쫓아 _리오네트 아르노댕 슈가레
6 뇌우가 몰아칠 듯한 날씨 _아누슈카 바작
7 날씨는 어떻습니까? 열광과 근심의 대상인 오늘의 일기예보
_마르탱 드 라 수디에르 / 니콜 펠루자
원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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